[Ⅳ. MY WWOOFING IS… ]
    고석수 우퍼 WWOOF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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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WOOFER INTERVIEW  

    스물 네 살. 진로에 대한 혼란과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을 나이에 고석수 씨는 말레이시아로 트레킹 여행을 떠났다. 그는 트레킹 중 만난 한 독일인 친구와 우연히 환경과 음식, 여행이라는 주제로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되었는데 그때 그 친구가 “우리와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있다”며 그에게 우프를 추천해주었다. ‘우프?’ 생소했지만 그의 말이 머릿속에 자꾸 맴돌았다. ‘한 번 해볼까?’ 그는 한국으로 돌아와 우프코리아를 찾아갔고 그렇게 한국에서의 그의 첫 우프가 시작되었다.

    석수일“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갔습니다. 농가에 가서 어떤 일을 하게 될 지는 대략적으로 알고 있었지만 어떤 일이 펼쳐질 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우프라는 것을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았고 누가 해봤다고 들어본 적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우프를 통해서 뭘 배워 야지, 어떤 걸 얻어 야지’ 이런 생각은 들지 않았던 것 같아요. 다만 제가 워낙 여행을 좋아하기도 하고 자연에서 오는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걸 즐기는 성격이기 때문에 ‘우프를 통해 색다른 경험을 해볼 수 있겠다’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가장 기대했던 점은 음식에 대한 부분이었어요. “시골에 가면 정말 신선하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을 수 있겠지?”라는 기대감만으로도 무척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보통 먹을 것에 대해 안일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 같은 경우는 ‘먹을 것’이야 말로 사람의 피와 뼈 그리고 정신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아주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거든요. ‘먹는다’는 행동 자체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죠. 예나 지금이나 한 사회를 형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식 중 하나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라고 볼 때, 누구와 먹고 어떻게 먹을 것인가에 따르는 먹는 행동의 사회적 의미는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크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음식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제가 준비한 것은 작업복 이랑 장갑 정도였습니다.”

    유기 농업에 인생을 건 사람들의 열정을 배우다

    제가 처음 간 호스트 농가는 전북 장수에 있는 작은 유기농 농장이었습니다. 호스트는 40대 부부로 도시에서 살다가 귀농하신 분들이었습니다. 이 분들은 유기농법을 고수 하셨어요. 호스트님들은 저에게 왜 이 일을 하는지 말해주었고 왜 이곳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지 설명해주셨습니다. 단순히 유기농산품을 생산해서 돈을 벌겠다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생각하며 농사를 짓는 것의 의미 그리고 그 일에 자신의 인생이라는 시간을 투자하는 이유에 대해 말해 주셨죠.
    솔직히 조금 놀랐습니다. 사실 이제껏 농사일을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 적도 없었고 중요하다는 생각은 더더욱 하지 못했었는데 그 분들 말을 듣고 다니 기존에 농사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 일에 자신의 인생을 걸고 하고 있는 모습이 정말 멋있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자연을 지키며 농사를 하는 일이 이렇게 멋진 일이구나 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석수
    난생 처음 느끼는 감정은 이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그곳에 가서 하는 모든 일이 다 처음이었으니까요. 흙에서 일하는 것도 감자를 캐는 것도 모두 처음 경험해 보는 일이었습니다. 저에게 주어진 일은 흙 위로 갓 싹을 올린 감자를 정리하는 일이었습니다. 일을 하면서 그토록 작은 싹에서도 감자 냄새가 난다는 것이 참 신기했어요. 감자는 물류 창고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흙에서 나왔구나라는 것을 그때 새삼 깨닫게 됐죠. 그리고 몇 주 동안 생활 하며 농사일이 몸에 좀 익었다 싶으니 시간과 날씨의 변화를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오후 2시의 햇살은 이렇구나 이 시간의 땅의 느낌은 어떻다는 걸 느끼는 거죠. 도시 건물 속에서 치열하게 경쟁을 할 때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시간의 흐름을 느꼈습니다. 흙에서 제가 심은 작물들의 새싹이 나고 그것들이 자라나는 것들을 볼 때는 정말 말로는 표현하지 못할 행복감과 감사함을 느꼈고요. 도시 생활 속에서는 이런 당연한 것들이 소중한 줄도 몰랐고 그런 것을 왜 생각해야 하는지도 몰랐는데 우프의 시간 동안에 이 모든 것들을 깨닫고 경험하고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도시에서 잠이 들 때나 아침에 눈을 뜰 때는 ‘뭘 해야지’라는 불안감으로 하루를 마감하고 시작했는데 반해 우프를 하면서는 그런 불안감과 걱정이 싹 사라졌어요. 아침에는 ‘오늘 아침이 밝았구나!’라며 행복감에 눈을 떴고 밤에는 ‘오늘은 이렇게 끝났구나’라며 만족감에 잠을 청했으니까요.
    t석수 단체집란3음식
    이야기가 있는 밥상

    한국 우프를 하는 동안 제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밥이 맛있어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저의 손을 거쳐서 만들어진 음식들을 볼 때면 재미도 있었고요. 가령 오늘 아침에 밭에서 수확한 감자, 제가 직접 뽑은 당근 등으로 준비된 밥상인 거죠. 한 마디로 밥을 먹을 때 스토리가 있는 겁니다. 그런 밥상에서 밥을 먹는 기쁨은 직접 경험해 보지 않고는 정말 모릅니다. 제가 처음에 우프를 경험하려던 이유 중 하나가 ‘음식’이었는데 저의 기대를 훨씬 넘어선 만족감과 행복감을 느꼈죠. 이러한 만족감은 저를 우프의 매력에 푹 빠지게 했습니다.
    저는 2014년 첫 우프를 시작으로 2년 동안 한국의 여러 호스트 농가를 방문했습니다. 제가 만난 호스트들은 전부 정이 많고 열정을 가득 찬 ‘뜨거운’ 사람들이었습니다.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에도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뜨거운 관심과 열정을 보이며 자기의 힘을 나누고 있는 분들이셨어요. 저녁 식사 후 시간이 많이 남을 때면 호스트님과 저는 맥주를 한 캔 씩 들고 꿈과 미래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기도 했죠. 당시 저는 스물 다섯 살로 한창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취업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 진로에 대해 많은 고민과 걱정을 하고 있었던 시기였는데 호스트님들과 생활 하면서 생각이 정말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해서 살아 가는 방법만이 유일한 방법인 줄 알고 있었는데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사람과 농업을 생각하며 친환경적인 삶을 살아가는 분들을 보면서 ‘아, 이렇게 살아도 되는 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우프를 통해서 사람들을 만나고 직접 일을 해보니 제 앞에 여러 가지 길이 보이기 시작한 겁니다. 저는 지금 친구가 하는 농장에서 일을 하고 숙식을 받는 형태로 1년 째 살고 있습니다. 완전히 우프이죠(웃음). 하지만 친구 농장은 호스트로 등록되어 있지는 않으니 엄밀히 말하면 우프는 아니니 우프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농사를 하거나, 김치를 만들거나 화덕을 만들거나 대나무로 티피를 세우는 등의 일을 해보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저도 저만의 농사를 짓고 싶어요.”

      – 당신에게 우프란?
         “흙을 직접 만지면서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는 경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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