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연합 사육곰 구출 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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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창 속에 갇힌 야생 사육곰, 37년의 이야기

    철창 속에 평생을 갇혀 살다 열 살이 되면 짧은 생을 마감하는 운명을 지닌 곰들이 있다. 바로 웅담 채취를 위해 사육되는 일명, 사육곰이다. 한국에서 곰 사육은 1981년 정부가 농가 소득을 증대하는 방안으로 재수출 목적의 곰 사육을 권장하면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곰 보호 여론으로 웅담의 수요가 없어지고 사육곰들은 철창에 갇혀 최소한의 먹이를 먹으면서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상태에 놓여있다.

    2014년, 같은 사육장 태어난 네 마리의 곰이 있다. 반이, 달이, 곰이, 들이다.  하루 일과라곤 한바퀴 돌고 나면 움직일 곳 없는 작은 공간에서 낮은 천장에도 올라보고, 먹을 것이 있나 빈 사료통도 확인하고 몸 구석구석을 핥아보지만 이것 외엔 달리 할 일이 없다. 철창 끝에서 끝까지 계속해서 오가고, 머리를 자꾸만 크게 돌리며 정형행동을 하는 사육곰들. 온 산을 누비고 다녀야 할 곰들이 비좁은 공간에서만 살다 보니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사육곰에게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란 없다. 분변과 썩은 사료 냄새로 뒤엉킨 이곳을 나갈 수 있을 때는 열살이 되는 해, 웅담 채취를 위해 도축이 될 때뿐이다.

    현재 대한민국에 현존하는 사육곰, 약 540마리

    지난 37년간 숱한 논쟁과 비난에 휘말렸던 곰 사육 정책은 2014년 정부의 사육곰 증식 금지 사업이 이루어지면서 한 단락 마무리 되었다. 하지만 더 이상 사육장에 태어나는 곰이 없다고 해서, 모든 일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이제 겨우 다섯 살이 된 곰 사남매는 5년이 지나면 웅담 채취를 위해 생을 마감할 위기에 놓여있다. 사육곰들이 제 생을 다 살지 못하고 도축으로 죽는 것을 더 이상 바라만 볼 수는 없다. 살아갈 날들이 더 많은 어린 곰부터 하루라도 더 빨리 더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지금 구해야 한다.

    2018년 12월 7일, 녹색연합은 3,600여 명의 시민들의 모금으로 반이,달이,곰이 사육곰 3마리를 구출했다. 개사료와 음식쓰레기 대신 영양이 풍부한 곰전용사료, 신선한 과일, 고기를 마음껏 먹고 사육사와 수의사님들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 현재 반이와 달이는 청주동물원에서 곰이는 전주동물원으로 옮겨져 적응훈련을 마치고 지금은 다른 곰친구들과 좁은 철창이 아니라 흙바닥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있다.

    같은 곳, 같은 날에 태어난 곰4남매, 2018년 12월 시민의 힘으로 반이,달이,곰이는 구출되었지만 ‘들이’는 여전히 철창 안에 갇혀 있었다. 2019년 9월이 되어서야 꼭구해주겠다는 ‘들이’와의 약속을 지키게 되었다. 들이 역시 무사히 구출되어 반이와 달이가 있는 청주동물원으로 가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하지만 사육곰들의 임시보호소 이송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일시적인 해결이 아닌 보다 근원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는 즉 철창안 사육곰을 구조하여 남은 생을 편안하게 돌보는 시설, 생츄어리가 필요하다. 베트남과 라오스의 경우 정부와 민간단체가 협력하여 생츄어리 시설을 지어 사육곰들을 보호하고 있다. 녹색연합의 해외 생츄어리 현장방문과 현지조사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에도 곰보호시설이 지어질 수 있도록 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가 지속되길 기대한다.

    스토리텔러_윤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