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펼칠 때, 우리는 진정으로 행복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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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를 떠나 한국에 자리 잡은지 17년. 안나의집 김하종 신부는 언제나 “저는 한국사람입니다”라는 말로 자신을 소개한다. 국내 최초 실내 무료 급식소 ‘안나의 집’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냐는 질문에 ‘자연스럽게 흘러왔다’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선 한국과 이 사회를 생각하는 진심어린 목소리가 묻어 있었다.

대학원 시절에 동양철학을 전공했다. 한국 교회를 비롯해 한국에 대해 공부하며 알아갈 수록 큰 매력을 느껴 구체적인 계획 없이 한국에 왔다. 그저 어려운 사람들과 달동네에서 함께 살고 싶다는 생각에 온 한국, 당시에는 성남, 특히 운행동에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달동네에 있는 많은 가정들을 방문했는데, 혼자 사시는 노인들이 밥을 굶고 계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독거노인들을 위한 급식소를 시작했고, IMF 때 급격히 늘어난 노숙인들의 생계를 위해 ‘안나의 집’ 무료 급식소를 개방했습니다.”
달동네에서 끼니를 거르는 독거노인들과 그곳에서 함께 생활하며 다른 또래들과는 다르게 방황하고 있는 아이들에게도 시선이 흘렀다.
“자연스럽게 조금씩, 조금씩, 이것저것들을 해나갈 수 있었어요. 요즘엔 대한민국,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이 불행하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근처에 가출한 위기 청소년들을 위한 4개의 쉼터가 있어요. 길에서 방황하고 있는 청소년들을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마음 놓고 식사를 하는 것, 사랑을 받는 것은 우리 청소년들의 권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회가 이 아이들을 보호해야 하고, 그것이 곧 우리의 미래를 생각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김하종 신부는 노숙인 무료 배식이 끝나면 저녁 6시부터 밤 12시까지 위기 청소년들을 만나 함께 놀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아지트’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데 이런 활동들을 점차 확대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행복과 이어지는 일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의 시선,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케 하는 나눔의 행복

“처음 안나의 집이 시작되었을 때, 노숙인을 향한 시선과 ‘안나의 집’ 때문에 노숙인이 더 늘어난다는 편견 때문에 참 많이 힘들었습니다. 장애인 시설이 많아서 장애인들이 더 늘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노숙인들도 같습니다. 거꾸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셔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노숙인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 이런 시설이 생겨난 것임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그런 시선은 많은 줄었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안나의집은 40%의 정부보조금과 60%의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소외계층이 늘어나고, 경제적 격차가 심해질수록 그들을 위한 후원도 늘어나야 하는데, 항상 안정된 상태에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간절한 마음으로 매일 기도합니다.”
그가 가장 기쁜날은 매해 마지막날, 12월 31일이다. ‘올해도 무사히, 안전하게 잘 마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라는 기도가 떠나지 않는 날, 바로 다음 날인 1월 1일은 다시 무겁지만 기쁜 사명감으로 기도한다.
“‘올해도 시작해야지, 어렵지만 계속하겠습니다’라는 기도가 절로 나옵니다. 현재 장소 이전과 더불어 많은 문제 상황들 가운데 있지만, 예수의 사랑이 이 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합니다. 매일 식사를 준비하며 이곳에 오셔서 밥을 드시고 돌아가시는 아저씨들을 보면 참 행복합니다. 70세가 넘으신 할머님께서 수고했다고 거듭 말하시는 걸 들을 때 참된 기쁨을 느낍니다. 많이 주고 싶어 시작한 활동인데, 오히려 제가 얻고 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나눔은 행복입니다

그가 말하는 행복해지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누구든 나눌 때 행복해진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을 주려고 준비할 때, 선물을 줬을 때, 선물을 받고 기뻐하는 사람의 모습을 볼 때 행복을 느낍니다. 이상하게도 내 손에 아무것도 없지만 행복합니다. 그것이 나눔입니다.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행복합니다.”
한국 사회는 지금 행복하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의 불행을 말하고, 목숨을 끊기도 하며, 하고 있는 혹은 바라는 모든 것들에 의미를 잃어 간다.
“내 시간, 내 공간, 내 외모, 나 자신, 내 돈, 내 것만 생각할수록 불행해집니다. 나의 어떤 것을 지키느라 정작 아무것도 가지지 못합니다. 뺏길까봐 전전긍긍하며 불행해지기 시작합니다. 요즘 사람들이 두려움, 의심이 많은 것은 손을 펴지 않고 움켜쥐고 있기 때문입니다. 손을 펴는 순간, 폈기 때문에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손을 폈을 때 우리는 누군가의 손을 잡을 수도 있고, 누군가의 눈물을 닦아 줄 수도 있고,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설레며 준비할 수도 있다. 그 때 얻을 수 있는 것들은 손으로는 잡히지 않지만, 사람의 마음을 채운다. 그것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기에 한 명 한 명 손을 펴고 나누기 시작할 때, 모두가 행복한,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다.

“가장 필요한 것은 관심입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공동체에 관심을 가져야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정치인들에게 맡기고, ‘그가 내 대신 해주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이어왔습니다. 이제는 그렇게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우리 사회는 남의 것이 아니라, 나, 우리의 것입니다. 관심, 시간, 돈, 재능을 나눌 때 사회를 진정으로 아름답게 만들 수 있습니다.”